[천자칼럼] 공포의 中 '춘제 대이동'

입력 2022-12-26 18:22   수정 2022-12-27 06:34

평균 1억5000만㎞ 떨어진 태양을 타원 형태로 도는 지구의 공전주기는 약 365.2422일. 지구에서 관측했을 때 태양이 춘분점에서 시작해 다시 춘분점으로 돌아오는 시간, 즉 회귀년(回歸年)이다.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공전 속에서 한 해의 시작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 공전하면서 생긴 계절의 변화 덕분이다. 역사적으로는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(冬至), 한 해의 첫 번째 절기이자 봄이 시작되는 입춘(立春),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(春分)을 새해의 기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. 중국의 음력설을 춘제(春節)라고 부르는 것이나, 설날에 신춘 휘호를 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.

4000여 년 전 요순(堯舜)시대에 하늘에 제사를 지낸 데서 비롯됐다는 춘제는 중국 최대 명절이다.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인 북송 시인 왕안석은 ‘폭죽 소리 속에 한 해가 저물고(爆竹聲中一歲除) 따뜻한 봄기운 도소주에 들어왔네(春風送暖入屠蘇)’라고 춘제 풍경을 묘사했다. 춘제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 새해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풍요와 무병장수를 기원한다.

춘제를 전후해 짧은 기간에 억 단위의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는 중국만의 현상을 상징하는 것이 춘윈(春運), 설 연휴 특별수송이다. 내년 공식 춘제 연휴는 음력 섣달그믐날(양력 1월 21일)부터 1주일이지만 춘윈은 1월 7일부터 2월 15일까지 총 40일이다. 1월 첫째 주말부터 대이동이 시작되는 것이다.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춘윈 이동 연인원이 30억 명에 달했고, 내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의 80%에 달할 것으로 중국 여행 플랫폼 등은 전망하고 있다.

즐거워야 할 춘제 대이동이 내년 설에는 공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. 지난 2년간 엄격한 이동 제한 때문에 고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대거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후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어서다. 이런 상황에서 고령 인구가 많고 기저질환 보유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. 중국은 이 위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.

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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